AI 시스템을 만들었는데 안 쓰게 돼요
나만의 AI OS를 만들고 싶어서 구조부터 짰는데, 정작 안 쓰게 되는 경험. 사고 환경부터 시작해야 하는 이유와 빌드업 순서에 대한 이야기.
- 배경: AI로 나만의 시스템을 만들었는데 정작 안 쓰게 되는 경험.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고민한 이야기
- 핵심 인사이트: 구조를 먼저 짜면 구조에 나를 맞추게 돼요. 사고 환경부터 시작해야 진짜 쓰게 되더라고요
- 이런 분에게: AI 도구로 생산성 시스템이나 세컨드 브레인을 만들어봤는데, 며칠 쓰다가 손이 안 가는 분
만들었는데 안 쓰게 되는 시스템
혹시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?
AI가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, 나만의 시스템을 만들어보기로 했어요. 에이전트도 세팅하고, 노트 정리 자동화도 붙이고, 대시보드도 만들었어요. 완성된 걸 보니 꽤 그럴듯해요. “이제 생산성이 올라가겠다” 싶었는데 — 며칠 지나니까 안 쓰게 돼요.
만든 사람은 나인데, 정작 쓸 때는 뭔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에요. 기능은 다 있는데, 손이 안 가요.
저도 이 경험을 했어요. 그리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,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좀 더 선명하게 보이더라고요.
”설리반을 만들었는데, 정작 안 쓰게 돼요”
얼마 전 멘토링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어요.
AI 사고 파트너를 만들었는데, OS를 정작 만들고 사용하기가 어려워요. 구조가 선명하지 않아서 갈아엎어야 할 것 같은데, 어떻게 수정해야 할지 모르겠어요. 진짜 사용하게 만드는 게 어려워요.
이 말을 듣는 순간, 예전의 제 자신이 떠올랐어요.
저도 셀포지 초기에 비슷한 길을 걸었거든요. “이런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”는 그림이 먼저 있었고, 그 그림에 맞춰서 에이전트를 만들고, 파이프라인을 짜고, 웹사이트까지 구축했어요. 근데 막상 쓰려고 하면, 시스템에 나를 맞추고 있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어요.
왜 그런 걸까요?
구조를 먼저 짜면 생기는 일
이유는 단순해요. 구조를 먼저 짜면, 구조에 나를 맞추게 돼요.
전체 아키텍처를 설계하고, 레이어를 나누고, 에이전트 역할을 정의하고, 자동화 파이프라인을 만들고… 이 과정 자체는 재미있어요. 뭔가 만들어지는 느낌도 들고요. 근데 이렇게 만든 구조에는 중요한 게 빠져 있어요.
나의 습관이 반영되어 있지 않아요.
내가 언제 생각이 많아지는지, 어떤 형태로 기록하는 게 편한지, 어떤 리듬으로 돌아보는 게 맞는지 — 이런 건 직접 써보면서 알게 되는 거거든요. 구조를 먼저 짜면, 이런 걸 알기도 전에 틀이 정해져버려요.
노션 템플릿을 예쁘게 만들어놓고 안 쓰게 되는 것과 같은 이유예요. 템플릿이 나쁜 게 아니라, 내 기록 습관을 모르는 상태에서 만든 템플릿이라서 안 맞는 거예요.
사고 환경부터 시작한다는 것
그래서 멘토링에서 이렇게 이야기했어요.
웹사이트나 인사이트 시각화는 우선순위를 낮추세요. 먼저 ‘언제 어디서나 생각을 꺼낼 수 있는 환경’을 만드는 데 집중하세요.
핵심은 이거예요.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보다 나에게 맞춰져 있는지가 더 중요해요.
내 기록 습관이 어떤지, 언제 생각을 더 꺼내고 싶은지, 어떻게 정리하면 사고 확장에 도움이 되는지 — 이걸 먼저 파악하는 거예요. AI 사고 파트너의 기능과 역할에 이걸 녹여가면서, 계속 써보고 고치는 작업을 하는 거예요.
“효율”이 아니라 “나에게 맞는 정도”를 기준으로 삼는다는 뜻이에요.
빌드업에는 순서가 있어요
구체적인 순서로 풀어볼게요.

1단계: 사고 파트너 만들기
생각을 불편함 없이 나눌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들어요. 거창한 시스템이 아니에요. 떠오른 생각을 그냥 던질 수 있고, 상대가 받아주는 공간이면 돼요. 저한테는 그게 텔레그램 봇이었는데, 꼭 텔레그램일 필요는 없어요. 내가 편하게 생각을 꺼낼 수 있는 곳이면 뭐든 괜찮아요.
2단계: 노트가 충분히 쌓이고, 사용성이 나에게 맞춰지는 걸 확인
이 단계가 생각보다 오래 걸려요. 근데 이게 중요해요. 쌓이면서 “이 부분은 불편하다”, “이건 자연스럽다”가 드러나거든요. 이때 느끼는 불편함이 다음 단계의 설계 재료가 돼요.
3단계: 쌓인 노트를 정리하고 연결해주는 에이전트
충분히 쌓인 다음에야 정리가 의미 있어요. 노트가 10개일 때 자동 분류를 만들면, 분류 체계가 내 사고 패턴을 반영하지 못해요. 100개, 200개가 쌓이면 패턴이 보이기 시작하고, 그때 만든 정리 구조가 진짜 나에게 맞는 구조가 돼요.
4단계: 사고 심화 + 자산화
인사이트가 쌓이고, 연결이 보이기 시작하면, 그때 깊이를 더하는 구조를 만들고, 자연스럽게 콘텐츠로 변환하는 단계로 넘어가요. 이 단계는 앞의 세 단계가 충분히 작동한 뒤에 와야 해요.
순서를 뒤집으면 — 4단계(자산화)나 3단계(정리)부터 시작하면 — 구조에 나를 맞추는 일이 생겨요.
사실 저도 같은 실수를 했어요
솔직히 말하면, 이 조언을 할 수 있었던 건 제가 같은 실수를 먼저 했기 때문이에요.
셀포지 프로젝트의 시작은 “옵시디언 메모를 LinkedIn 포스트로 자동 변환하는 파이프라인”이었어요. 자산화부터 시작한 거예요. Python 2,000줄, 에이전트 5개, 깔끔한 파이프라인. 잘 돌아갔어요.
근데 그 파이프라인을 돌릴 소재가 부족했어요. 자동으로 글을 만들어주는 구조는 있는데, 정작 거기에 넣을 생각이 충분히 쌓여 있지 않았던 거예요.
그러다 사고 파트너(설리반)를 텔레그램으로 만들어서 쓰기 시작했는데, 이 순서가 맞더라고요. 생각을 편하게 던질 수 있는 환경이 먼저 있으니까, 노트가 자연스럽게 쌓였어요. 쌓이니까 정리할 게 생겼고, 정리하니까 연결이 보였고, 연결이 보이니까 콘텐츠가 자연스럽게 나왔어요.
돌이켜보면, 파이프라인을 먼저 만든 건 “지도를 먼저 그리고 여행을 떠난 것”과 비슷했어요. 지도가 나쁜 게 아니라, 어디로 가고 싶은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린 지도라서 쓸 수가 없었던 거예요.
기준은 “효율”이 아니라 “나에게 맞는 정도”
이 경험에서 하나 배운 게 있다면 이거예요.
AI 시스템을 만들 때 “얼마나 효율적인가”를 먼저 물으면, 구조에 나를 맞추게 돼요. “얼마나 나에게 맞춰져 있는가”를 먼저 물으면, 나에게 맞는 구조가 자라나요.
같은 기능이라도, 내 기록 습관에 맞춰진 시스템과 범용적으로 잘 설계된 시스템은 전혀 달라요. 전자는 매일 쓰게 되고, 후자는 며칠 쓰다가 손이 안 가요. 차이는 기능이 아니라 핏(fit)이에요.
효율적/효과적으로 만드는 것보다 얼마나 ‘나에게’ 맞춰져 있느냐를 우선순위로.
이건 제가 멘토링에서 한 말인데, 사실 저 자신에게 계속 상기시키는 말이기도 해요.
천천히, 나에게 맞춰 나가기
나만의 AI 시스템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, 한 가지만 기억해주세요.
전체 구조를 먼저 짜지 마세요. 사고 환경부터 시작하세요. 생각을 편하게 꺼낼 수 있는 환경을 하나 만들고, 거기서 충분히 써보세요. 불편한 점이 보이면 고치고, 자연스러운 부분은 살리면서, 천천히 나에게 맞춰 나가세요.
구조는 그다음에 와요. 그리고 그때 만든 구조는 — 처음부터 설계한 구조보다 훨씬 더 오래 쓰게 돼요. 내 습관에서 자란 구조니까요.
만들어놓고 안 쓰게 되는 시스템이 아니라, 쓰다 보니 구조가 된 시스템. 그게 진짜 나만의 OS라고 생각해요.